ETF 차익거래로 빚어진 통계 왜곡…증시 '큰손' 매매동향 "못 믿겠네"
입력 2017-06-19 22:22:59 | 수정 2017-06-19 22:22:59 | 지면정보 2017-06-20 A24면
매매동향에 ETF는 제외
우본, 2조 규모 ETF 매수한 뒤 주식으로 바꿔 즉각 전량 매도
주식 매도 금액만 통계로 잡혀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던 지난 4월 말부터 50여 일간 2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2조원가량을 쓸어담았다. “최근 증시의 승자는 외국인”이란 얘기가 투자자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우본, 2조 규모 ETF 매수한 뒤 주식으로 바꿔 즉각 전량 매도
주식 매도 금액만 통계로 잡혀
기관투자가는 4월28일부터 6월1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204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사실상 우본을 의미하는 국가·지자체가 2조3733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여파였다. 우본을 빼면 기관투자가들은 1684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셈이다.
통계 오류는 ETF를 활용한 차익 거래 때문에 발생한다. 우본은 ETF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싸면 ETF를 매수한 뒤 즉각 현물로 환매해 시장에서 내다팔고 있다. 우본은 이 기간에 코스피200 ETF인 코덱스200과 타이거200을 각각 1조5880억원, 7000억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차익 거래 용도로 2조179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선물 거래를 동반하면 현물 매도에 대한 증권거래세 0.3%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라며 “ETF와 현물 시장 간 가격 차이가 자주 발생하면서 우본이 현·선물 차익 거래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ETF 차익 거래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나오는 투자자별 매매 동향에 ETF 통계는 잡히지 않는다”며 “ETF 매수 즉시 해당 주식을 팔면서 기관 순매도 통계가 왜곡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차익 거래 기법이 복잡해지면서 증시 큰손이 사고파는 종목을 과거처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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